대충, 빨리, 잘

오늘부터 나 박사 졸업 할때까지 내 좌우명이다… 하아

30

 

출처는 이미지 안에

Advertisements

논쟁

한국에선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할말 안할말 다 한다고 여기저기서 모난 돌 취급을 많이 받았었는데, 박사 생활 하면서 자꾸 그런 상황을 피하게 된다. 특히 지도교수와 이야기 할 때 그렇다. 영어로 말해야 하니 말빨도 안서고, 논쟁에서 이길 확률이 거의 없으니 그냥, 힘들게 싸우느니 그냥 하라는 대로 하자, 아니면 그냥 나 혼자 하자라는 모드로 살아왔다. 이렇게 몇년이 지나다 보니, 누군가와 논쟁이 있는상황 자체가 너무 불편하다. 내가 당사자가 아닐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Discussion하는 것만 봐도 불편하다. 그러다 문득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글게 둥글게도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이유가 논쟁에서 언제나 이기기 위해서만도 아니지만, 그냥 언제나 사람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고, 그를 잘 조율해나가는 게 그게 아마 제일 중요하고 나에게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

5년만에

때는 2012년, 내가 학부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을 때, 수업프로젝트를 교수님의 도움으로 발전시켜서 내본 Short paper가 덜컥 CHI에 붙었다.

CHI2013은 파리에서 열렸다. 유럽을 처음 가보는 나는 그냥 마냥 들뜨고 좋았다. 하지만 처음 본 유럽의 풍경보다 날 더 놀랍게 한건, HCI라는 분야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연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에서 나는 매우 매우 작은 존재라는 것이었다. 첫 학회에 다녀온 이후로, 나는 유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고, 2년 동안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다시 CHI에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박사 첫해는 포스터 마저 리젝을 먹었고, 2년차때는 풀페이퍼 리젝을 먹었다. 지도교수님의 지원으로 매년 CHI에 가긴 했었지만, 내 연구가 없는 처지여서 인지, 사람들을 만나기도 싫었고, 많은 인원들도 싫었고, 그냥 다 스트레스 였다. 다시 CHI에 내 연구를 들고 돌아가는 일이 너무나 힘겹고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나에게도 CHI 풀페이퍼가 생겼다. 참 오래 걸렸다. 그래도 오늘은 내 자신을 맘껏 칭찬하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5년 간,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버텨줘서 고맙다고 !!

 

 

 

 

 

첫번째 TA Evaluation

TA 이번이 두번째로 하는 거지만 처음에 했던 조교는 학생들과의 Interaction이 아예 없었던 거라서 Evaluation을 받지 않았다. 이번에 맡은 수업은 일주일에 세번 수업에 다 가야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Discussion 수업을 진행하기 까지 해야 해서 학생들과 인터렉션이 매우매우 많다.

다행히 좋은 미국인 랩 메이트와 같이 TA를 하게 되어서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자잘한 일들은 있지만 우선 Grading 업무가 잘 분담 되어 있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수업 내용도 내가 비교적 잘 아는 것이라 괜찮은 수업이다.

이번에 받은 report는 Mid-Evaluation이라 Feedback에 참여한 N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점수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았는데 몇개의 Feedback Comment가 맘을 후빈다….

대체적으로 언어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었는데, 억울한 마음 한가득, 후회되는 마음 한 가득이다. 좀 더 준비해서 말했으면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후회가 들다가도 아니, 영어가 내 Native Language가 아닌데 이정도는 이해 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 다른 한편으로는 아예 보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좋은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약 20년 이상 학교생활을 하면서 평가에 익숙해 질만도 하지만, 학생으로써의 받는 평가와 (준) 교육자로써 받는 평가의 느낌은 정말 다른 것 같다.

 

 

 

 

첫 퍼블리케이션의 의미

지난 겨울의 페이퍼 리젝을 시작으로 많이 우울하고 아팠고, 박사과정 그만둘까도 생각 했지만 결국 버텨냈고, 박사과정 시작 후 첫 풀 페이퍼가 드디어 나왔다.

다행이도 지난번에 떨어졌던 논문도 붙어서 논문이 두개가 한꺼번에 억셉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난번에 리젝됬던 논문은 사실 하나도 안고치고 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이었다. 사실 첫번째 리뷰 점수가 좋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교수님들도 다른 논문에 더 집중하는게 효율적을 거라 조언을 하셨다. 하지만 이번에 리뷰 중엔 아주 적대적인 반응은 없어서 잘 고치면 승산이 있을 수도…..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다른 또 하나의 논문은 1년차 이학기 때 수집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썼다.  데이터를 모은지는 꽤 되었는데, 정리가 안되서 손을 못대고 있다가 지난 학기 말에 후다닥 썼다. 솔직히 쓰는 동안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지 반신반의 했는데, 첫번째 리뷰때부터 점수가 잘 나와서 깜짝 놀랐다. 전체 리뷰 중 또 하나의 리뷰가 좀 혼자 다른 방향으로 부정적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국에 잘 되서 다행이다.

여름 동안 질릴대로 질려버린 데이터와 논문들을 가지고 다시 고쳐나가는게 계속 스트레스 였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리뷰들의 질이 긍부정을 떠나서 전반적으로 좋아서, 페이퍼가 원래 상태보다 나아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진로에 대해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연구를 업으로 할 만큼의 역량이 있는 사람인가? 나는 정말 연구 자체를 좋아하는가? 가혹한 아카데미아의 사이클에서 내가 과연 버텨 낼 수 있을 것인가? 머리가 정말 터질 것 같았다. 마냥 우울하고 자신 없고 만사가 다 짜증나고 하기 싫었다.

그냥 누군가 나에게 ‘너 계속 공부해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첫 페이퍼는 나에게 말했다. ‘너 우선 한번 계속 연구 해보자….’

나는 대답한다 ‘그래. 한번 해 볼게…..’

 

 

 

 

 

 

 

한 끝의 차이

아직도 페이퍼 리젝의 충격에 허우적 대고 있다. 이틀만에 회복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정말 한번씩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 왔다고 생각했던, 손에 잡힐듯 했던 어느것이, 손틈 만큼이 닿지 않아 눈 앞에서 놓쳐버린 기분이다.

비교적 지금은 너무 할일이 많아 평정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학기말 과제들이 마무리 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후폭풍이 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특히 한끝의 차이에 대해서.

한 끝의 차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일에서 그동안 나는 항상 비교적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쓸데 없이 상향 지원했던 대학 입시때도 그랬고, 박사과정 어드미션 때도 뭔가 항상 아슬아슬 했지만 결국에 원하는 데로 잘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인지하는 한에서) 이런 일을 거의 처음 당해보고 나니, 한 끝 차이로 대학입시에 실패했었거나,  큰 일을 그르친 적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성숙했을 때의 나는 그를 감당하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자책감과 자괴감의 늪에서 회복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들을 꿋꿋히 이겨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한끝의 차이가 결국 그렇게 작은게 아닐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선택들과 행동들이 모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듯이, 그 한끝 차이는 사실 오래도록 숙성된 내공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내공을 너무 빨리 모래성 처럼 쌓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