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iting 한 연구주제

거의 삼년 넘는 방황 끝에 드디어 내가 최소한 싫어하지 않는 연구 주제를 찾은 것 같다. 오랜만에 intrinsic 하게 재밌고 더 알고 싶은게 생긴 느낌이다. 갈길은 막막하지만 어쨌든 어떤 연구하고 있냐는 질문에 나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생겨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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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때는 2012년, 내가 학부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을 때, 수업프로젝트를 교수님의 도움으로 발전시켜서 내본 Short paper가 덜컥 CHI에 붙었다.

CHI2013은 파리에서 열렸다. 유럽을 처음 가보는 나는 그냥 마냥 들뜨고 좋았다. 하지만 처음 본 유럽의 풍경보다 날 더 놀랍게 한건, HCI라는 분야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연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에서 나는 매우 매우 작은 존재라는 것이었다. 첫 학회에 다녀온 이후로, 나는 유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고, 2년 동안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다시 CHI에 돌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박사 첫해는 포스터 마저 리젝을 먹었고, 2년차때는 풀페이퍼 리젝을 먹었다. 지도교수님의 지원으로 매년 CHI에 가긴 했었지만, 내 연구가 없는 처지여서 인지, 사람들을 만나기도 싫었고, 많은 인원들도 싫었고, 그냥 다 스트레스 였다. 다시 CHI에 내 연구를 들고 돌아가는 일이 너무나 힘겹고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나에게도 CHI 풀페이퍼가 생겼다. 참 오래 걸렸다. 그래도 오늘은 내 자신을 맘껏 칭찬하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5년 간,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버텨줘서 고맙다고 !!

 

 

 

 

 

첫번째 TA Evaluation

TA 이번이 두번째로 하는 거지만 처음에 했던 조교는 학생들과의 Interaction이 아예 없었던 거라서 Evaluation을 받지 않았다. 이번에 맡은 수업은 일주일에 세번 수업에 다 가야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Discussion 수업을 진행하기 까지 해야 해서 학생들과 인터렉션이 매우매우 많다.

다행히 좋은 미국인 랩 메이트와 같이 TA를 하게 되어서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자잘한 일들은 있지만 우선 Grading 업무가 잘 분담 되어 있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수업 내용도 내가 비교적 잘 아는 것이라 괜찮은 수업이다.

이번에 받은 report는 Mid-Evaluation이라 Feedback에 참여한 N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점수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았는데 몇개의 Feedback Comment가 맘을 후빈다….

대체적으로 언어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었는데, 억울한 마음 한가득, 후회되는 마음 한 가득이다. 좀 더 준비해서 말했으면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후회가 들다가도 아니, 영어가 내 Native Language가 아닌데 이정도는 이해 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 다른 한편으로는 아예 보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좋은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약 20년 이상 학교생활을 하면서 평가에 익숙해 질만도 하지만, 학생으로써의 받는 평가와 (준) 교육자로써 받는 평가의 느낌은 정말 다른 것 같다.

 

 

 

 

첫 퍼블리케이션의 의미

지난 겨울의 페이퍼 리젝을 시작으로 많이 우울하고 아팠고, 박사과정 그만둘까도 생각 했지만 결국 버텨냈고, 박사과정 시작 후 첫 풀 페이퍼가 드디어 나왔다.

다행이도 지난번에 떨어졌던 논문도 붙어서 논문이 두개가 한꺼번에 억셉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난번에 리젝됬던 논문은 사실 하나도 안고치고 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이었다. 사실 첫번째 리뷰 점수가 좋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교수님들도 다른 논문에 더 집중하는게 효율적을 거라 조언을 하셨다. 하지만 이번에 리뷰 중엔 아주 적대적인 반응은 없어서 잘 고치면 승산이 있을 수도…..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다른 또 하나의 논문은 1년차 이학기 때 수집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썼다.  데이터를 모은지는 꽤 되었는데, 정리가 안되서 손을 못대고 있다가 지난 학기 말에 후다닥 썼다. 솔직히 쓰는 동안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지 반신반의 했는데, 첫번째 리뷰때부터 점수가 잘 나와서 깜짝 놀랐다. 전체 리뷰 중 또 하나의 리뷰가 좀 혼자 다른 방향으로 부정적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국에 잘 되서 다행이다.

여름 동안 질릴대로 질려버린 데이터와 논문들을 가지고 다시 고쳐나가는게 계속 스트레스 였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리뷰들의 질이 긍부정을 떠나서 전반적으로 좋아서, 페이퍼가 원래 상태보다 나아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진로에 대해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연구를 업으로 할 만큼의 역량이 있는 사람인가? 나는 정말 연구 자체를 좋아하는가? 가혹한 아카데미아의 사이클에서 내가 과연 버텨 낼 수 있을 것인가? 머리가 정말 터질 것 같았다. 마냥 우울하고 자신 없고 만사가 다 짜증나고 하기 싫었다.

그냥 누군가 나에게 ‘너 계속 공부해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첫 페이퍼는 나에게 말했다. ‘너 우선 한번 계속 연구 해보자….’

나는 대답한다 ‘그래. 한번 해 볼게…..’

 

 

 

 

 

 

 

한 끝의 차이

아직도 페이퍼 리젝의 충격에 허우적 대고 있다. 이틀만에 회복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정말 한번씩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 왔다고 생각했던, 손에 잡힐듯 했던 어느것이, 손틈 만큼이 닿지 않아 눈 앞에서 놓쳐버린 기분이다.

비교적 지금은 너무 할일이 많아 평정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학기말 과제들이 마무리 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후폭풍이 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특히 한끝의 차이에 대해서.

한 끝의 차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일에서 그동안 나는 항상 비교적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쓸데 없이 상향 지원했던 대학 입시때도 그랬고, 박사과정 어드미션 때도 뭔가 항상 아슬아슬 했지만 결국에 원하는 데로 잘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인지하는 한에서) 이런 일을 거의 처음 당해보고 나니, 한 끝 차이로 대학입시에 실패했었거나,  큰 일을 그르친 적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성숙했을 때의 나는 그를 감당하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자책감과 자괴감의 늪에서 회복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들을 꿋꿋히 이겨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한끝의 차이가 결국 그렇게 작은게 아닐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선택들과 행동들이 모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듯이, 그 한끝 차이는 사실 오래도록 숙성된 내공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내공을 너무 빨리 모래성 처럼 쌓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페이퍼 리젝 후의 소회

학회에 냈던 페이퍼가 리젝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뷰로 받은 점수가 한 점수 빼고 굉장히 좋은 점수 였기 때문에, 실망이 크다. 처음 리뷰 점수를 받았을때 주변 사람들은 물론 교수님들까지도 다 된거라고,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셔서, 정말 그런가?? 생각하게 되었었는데, 정말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 중에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듣게 됐을 때, 정말 오랜만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도대체 이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아카데미아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속이 새 하애 졌다. 하지만 울어봤자 달라질게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다른일을 하며 딴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번에 낸 페이퍼는 수업 프로젝트로 했던 연구를 혼자 더 발전시켜서 한 연구였다. 그래서 사실 나의 메인 연구 주제와 관련된 연구는 아니었다.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온전히 이 프로젝트에 집중했던 시간은 개강 후 3주 남짓이었지만 (데이터 수집기간을 제외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상당히 집중해서 했다. 사실 이 페이퍼를 꼭 내야할 필요는 없었는데, 길었던 여름방학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꾸역꾸역 뭐라도 내자는 식으로 했던게 맞는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원들 때문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아서, 뭔가 보란듯이 나 혼자서도 잘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쓰면서 전에 수업 파이널 페이퍼로 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아 졌지만 사실 아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 리뷰를 받기 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전보다 좀 더 나아졌다라는 데 의의를 뒀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나와서 사실 기대가 되었다. 메이저 학회에 처음으로 일저자가 되는건 나에게 너무나 멀고 어려운 일로 느껴졌었는데, 이런식으로 해도 괜찮은 거였나? 생각보다 내가 많이 그동안 발전 되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역시 학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더 열심히,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언제까지 이짓을 해야하나는 생각도 든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지도교수도 처음으로 나를 달래려고 여러가지 말을 주저리 주저리 하셨다. 교수님도 많이 아쉬우신 모양이다.  얼마 뒤 한국에 갈때, 자랑스럽게 가족들, 선생님들께 소식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 슬펐던 것은 이 이야기를 할 수 이는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말하든, 친구들에게 말하든, 완전히 이해받지 못할 이야기이다. 같은 연구자들에게 이야기 하면 공감을 받고 좀 더 맥락있는 위로를 해주겠지만, 사실 이야기 하기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 페이퍼가 억셉이 되든 안되든, 사실 내 전체 인생에 있어 생사를 좌우할 문제는 아니다. 학계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내가 논문이 100개든 0개든 크게 관심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어느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계 안에 있을 땐, 그 논문 하나가 세상의 전부인 것 만 같아 보인다.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온 이상 그 사회의 룰을 따라야만 한다. 어쨌든 최소한 부당하지 않은 룰이다. 무조건 잘하면 된다. 하지만 잘하는게 정말 어렵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왔지만, 이것까지 잘할 수 있을지, 내가 그걸 진짜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 가는 밤이다.

한동안은 기본적으로 매우 우울할 것 같다. 하지만 할일은 밀려있고 곧 한국에 가야한다.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냉정해 지는 나를 느낀다. 감정에 젖어 있는 것도 엄청나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한동안 때때로 울컥하는 정도로 하고, 우선 해야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해야겠다.

처음으로 받은 칭찬

어제는 COMM Department에서 듣는 이번학기 Theory 수업 마지막 발표 날이었다.

발표 자체에 주어진 시간은 30분 + 질의응답 15분 남짓

이렇게 오랜시간 발표해야 하는 것은 사실 흔치 않은 기회이다. 거기다 더 나를 긴장 시켰던 것은 지도교수님이 파이널 발표 때 오신다는 것이었다….  약간 Pre A Exam 분위기랄까….

내가 사용하는 Theory는 교수님이 거의 20년간 파오신 분야이다…. 조금이라도 이해를 잘못해서 잘못 적용했다간 그 자리에서 면박을 당할게 뻔해서 진짜 긴장을 많이 했다….

발표 바로 전 새벽,  커피를 와장창 랩탑에 쏟아서 입학했을 때 받은 맥프로를 날려 먹었다. 결국엔 다시 지금 2011년형 에어로 작업하고 있다…. 더 심각했던 것은 발표 자료가 날아간 것이다…. 멘붕해서 한 30분간 땅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다른 파일들은 다 싱크가 되서 클라우드에 있었는데 어떻게 그 발표 자료만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인가…. 새벽 3시부터 다시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과 생각을 다 비우고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니, 그저 자질구래한 부분들은 다 빼고, 핵심에만 집중했다. 사실 새로 후다닥 만든 피티가 전에 만든 것 보다 나은것 같았다. 앞으로도 만약 시간이 있다면 한번 만든 피티를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인 것 같다.

그렇게 준비해간 발표 자료,

사실 연구 방법이나 디자인 쪽으로 가면 발표가 쉬워진다. 하지만 앞의 연구의 Rationale을 Theory와 연결하여 주장하는 부분은 특히 흐름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지만 어떻겠는가 그냥 했다…. 더군다나 지난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Qual 방법론 전문가 교수님이 내 발표에 오시겠다고 하셨단다. 전혀 기대를 하지 못한 거라 진짜 당황했다. 수업 교수님 + 지도교수님에 깐깐한 다른 교수님 한 명 더 추가요….

하지만 생각보다 잘 흘러갔다. 논리도, 내용도 아마 처음부터 다시 피티를 만들면서 내 머리속에서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나 보다.

발표가 끝난 후 처음으로 지도교수님께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다른 교수님이 뭔가 부족한 내용에 대해 코멘트를 하실때 쉴드(!!!!) 까지 쳐 주셨다…. Qual 교수님은 여기까지 해낸데 대해 먼저 칭찬하고 싶다며 코멘트를 시작하셨다. 미국인 종특으로 칭찬하고 나서 후려치기 인줄 알았는데 진짜로 칭찬해 주셨다. 나머지 코멘트 내용들은 문제제기 보다는 Suggestion에 더 가까웠다. 수업 교수님은 여느때와 같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셨다.

비록 맥북프로와 발표자료를 그 전날 날려먹고 급하게 준비한 발표였지만, 정말 오랜만에 순수한 칭찬을 받아서 아직도 마음이 뜨끈뜨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