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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International TA Qualification을 통과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인터네셔널들이 학교에서 TA로 일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나를 지금까지 귀찮게 할줄 모르고, 처음 인터뷰를 개판으로 본 후 그 대가가 너무 컸었다. 토플 스피킹 28점을 넘으면 자동으로 qualified되는 건데, 토플 공부 제대로 못한 내가 넘었을 리가 없다. 학교에서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판단하면, 일주일에 두번, 정말 지겹고 도움도 안되는 영어 수업을 강제적으로 들어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 영어공부 시켜준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지만,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졌고, 한마디로 시간 낭비였다.

처음 와서 본 인터뷰는, 내가 미국에 도착한지 일주일 도 채 안되었을 때, 이루어 졌다. 나는 이렇게 많은 consequence가 있을지 모르고 정말 대충 응했었다. 내가 영어를 엄청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일상적인 대화 정도는 문제 없다고 여기면서 정말 편하게 했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나는 불성실한 태도에 찍혔던건지 3레벨 중 가장 낮은 최하 레벨을 받았다. 내 레벨을 들었을 때, 그리고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정말 기가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해도해도 너무 영어를 못하는 애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수업 내용도 형편 없었고, 유치원 같았다. 그래도 참고 꾸역꾸역 한 학기를 버티고, 다시 인터뷰를 봤는데, 한 단계 올랐다. 아직도 수업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수업 내용은 전 학기에 들은 그대로 였다. 도저히 그걸 다시 들을 순 없어서 한학기 안듣고 버텼다. 물론 그동안 RA를 해서 당장 들을 필요는 없는 거였다.

어서 이 귀찮은 짐을 해결하고 싶어서 지난 학기에 수업을 듣고, 레벨을 패스하려고 했었다. 다시 들어간 수업, 2주 듣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그만 둬 버렸다. 그제서야 선생님이 말해주길, 지난 인터뷰 후 1년이 지나면 수업을 안듣고도 다시 레벨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단다. 아 진짜 진작 말해주지…. 화가 치밀었다. 그 후 레벨 테스트를 다시 봤다. 정말 너무 떨렸다. 무엇보다 다시 그 수업이 듣기 너무 죽기보다 싫어서…. 인터뷰에서 딱히 잘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통과했다. 아마 내가 너무 수업 태도가 불량해서 그냥 놔줘버린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통과했다. 정말 지겨웠다. 감정 소모도 심했고. 이제 안녕 다시 보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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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요즘 굉장히 우울하다. 내가 이세상에서 제일 바보인것 같고 제대로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날씨가 어두침침해서 그런건지, 이 세상에 내 맘을 그대로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아무도 만나기 싫고, 아무와도 이야기 하기 싫다. 집 밖을 나가는게 그대로 스트레스다. 내 기분을 억지로 숨겨야 하는 에너지가 엄청나고 짜증난다. 이제 학교 생활이 어떻게 힘든건지 다 알고 있어서, 또 그 시간들이 다가올 걸 알아서 너무 힘들다

 

후유증

한국에 3주간 다녀왔다 박사 시작한지 1년 반만에 처음으로 돌아간 것 이었다. 학기말 정리와 페이퍼 리젝의 충격으로 별 기대 없이 정신 없이 갔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서 너무 많이 좋은 기억을 담고 왔다. 확실히 힐링은 하고 온 것 같다. 생각도 많이 정리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돌아왔다. 친구들과 가족들을 원없이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면서 이 곳의 우울한 겨울을 많이 잊은 채로 돌아왔다.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공항 출국장에서 부모님과 인사를 할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만, 끝까지 다행히 참고 담대한 척 돌아섰다. 그 덕분에 부모님들이 너무 마음 아파한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텅빈 집에 아무도 말할 사람 없는 내 처지가 더 슬프게 느껴진다. 나는 도대체 무얼 위해 이 나날들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나이가 드니 마냥 자유로운 것도 부담스러워 진다. 불확실한 미래도 진저리 나려 한다. 한국에 있는 동안 여러 생각을 했지만, 우선 나는 시작한 걸 어떻게든 마무리 하기로 했다. 그 전 처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자칫 끝까지 해낼 수 없겠다는 위기의식이 왔다. 즐겁게 하긴 힘들겠지만, 최대한 내 속도에 맞게 완주하는 데 그 의미를 두기로 했다.

1주일 놀아보기

한국에 돌아온후 1주일간 정말 오랜만에 연구와 학교 생각을 안하고 시간을 보내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해방된 느낌이라 너무 좋고 편하다. 이렇게 좋았던 걸 잊어먹을 뻔 했다. 확실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이런 리프레쉬를 혼자서도 가끔씩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교가 워낙 시골에 있다 보니, 쉽지 않다. 이제 슬슬 일로 돌아가야 한다. 너무 아쉬워 하지 말고, 놀 수 있을 때 확실히 잘 놀고 돌아가자

한 끝의 차이

아직도 페이퍼 리젝의 충격에 허우적 대고 있다. 이틀만에 회복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정말 한번씩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 왔다고 생각했던, 손에 잡힐듯 했던 어느것이, 손틈 만큼이 닿지 않아 눈 앞에서 놓쳐버린 기분이다.

비교적 지금은 너무 할일이 많아 평정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학기말 과제들이 마무리 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후폭풍이 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특히 한끝의 차이에 대해서.

한 끝의 차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일에서 그동안 나는 항상 비교적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쓸데 없이 상향 지원했던 대학 입시때도 그랬고, 박사과정 어드미션 때도 뭔가 항상 아슬아슬 했지만 결국에 원하는 데로 잘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인지하는 한에서) 이런 일을 거의 처음 당해보고 나니, 한 끝 차이로 대학입시에 실패했었거나,  큰 일을 그르친 적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성숙했을 때의 나는 그를 감당하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자책감과 자괴감의 늪에서 회복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들을 꿋꿋히 이겨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한끝의 차이가 결국 그렇게 작은게 아닐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선택들과 행동들이 모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듯이, 그 한끝 차이는 사실 오래도록 숙성된 내공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내공을 너무 빨리 모래성 처럼 쌓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페이퍼 리젝 후의 소회

학회에 냈던 페이퍼가 리젝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뷰로 받은 점수가 한 점수 빼고 굉장히 좋은 점수 였기 때문에, 실망이 크다. 처음 리뷰 점수를 받았을때 주변 사람들은 물론 교수님들까지도 다 된거라고,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셔서, 정말 그런가?? 생각하게 되었었는데, 정말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 중에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듣게 됐을 때, 정말 오랜만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도대체 이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아카데미아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속이 새 하애 졌다. 하지만 울어봤자 달라질게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다른일을 하며 딴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번에 낸 페이퍼는 수업 프로젝트로 했던 연구를 혼자 더 발전시켜서 한 연구였다. 그래서 사실 나의 메인 연구 주제와 관련된 연구는 아니었다.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온전히 이 프로젝트에 집중했던 시간은 개강 후 3주 남짓이었지만 (데이터 수집기간을 제외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상당히 집중해서 했다. 사실 이 페이퍼를 꼭 내야할 필요는 없었는데, 길었던 여름방학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꾸역꾸역 뭐라도 내자는 식으로 했던게 맞는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원들 때문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아서, 뭔가 보란듯이 나 혼자서도 잘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쓰면서 전에 수업 파이널 페이퍼로 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아 졌지만 사실 아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 리뷰를 받기 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전보다 좀 더 나아졌다라는 데 의의를 뒀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나와서 사실 기대가 되었다. 메이저 학회에 처음으로 일저자가 되는건 나에게 너무나 멀고 어려운 일로 느껴졌었는데, 이런식으로 해도 괜찮은 거였나? 생각보다 내가 많이 그동안 발전 되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역시 학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더 열심히,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언제까지 이짓을 해야하나는 생각도 든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지도교수도 처음으로 나를 달래려고 여러가지 말을 주저리 주저리 하셨다. 교수님도 많이 아쉬우신 모양이다.  얼마 뒤 한국에 갈때, 자랑스럽게 가족들, 선생님들께 소식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 슬펐던 것은 이 이야기를 할 수 이는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말하든, 친구들에게 말하든, 완전히 이해받지 못할 이야기이다. 같은 연구자들에게 이야기 하면 공감을 받고 좀 더 맥락있는 위로를 해주겠지만, 사실 이야기 하기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 페이퍼가 억셉이 되든 안되든, 사실 내 전체 인생에 있어 생사를 좌우할 문제는 아니다. 학계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내가 논문이 100개든 0개든 크게 관심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어느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계 안에 있을 땐, 그 논문 하나가 세상의 전부인 것 만 같아 보인다.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온 이상 그 사회의 룰을 따라야만 한다. 어쨌든 최소한 부당하지 않은 룰이다. 무조건 잘하면 된다. 하지만 잘하는게 정말 어렵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왔지만, 이것까지 잘할 수 있을지, 내가 그걸 진짜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 가는 밤이다.

한동안은 기본적으로 매우 우울할 것 같다. 하지만 할일은 밀려있고 곧 한국에 가야한다.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냉정해 지는 나를 느낀다. 감정에 젖어 있는 것도 엄청나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한동안 때때로 울컥하는 정도로 하고, 우선 해야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해야겠다.

처음으로 받은 칭찬

어제는 COMM Department에서 듣는 이번학기 Theory 수업 마지막 발표 날이었다.

발표 자체에 주어진 시간은 30분 + 질의응답 15분 남짓

이렇게 오랜시간 발표해야 하는 것은 사실 흔치 않은 기회이다. 거기다 더 나를 긴장 시켰던 것은 지도교수님이 파이널 발표 때 오신다는 것이었다….  약간 Pre A Exam 분위기랄까….

내가 사용하는 Theory는 교수님이 거의 20년간 파오신 분야이다…. 조금이라도 이해를 잘못해서 잘못 적용했다간 그 자리에서 면박을 당할게 뻔해서 진짜 긴장을 많이 했다….

발표 바로 전 새벽,  커피를 와장창 랩탑에 쏟아서 입학했을 때 받은 맥프로를 날려 먹었다. 결국엔 다시 지금 2011년형 에어로 작업하고 있다…. 더 심각했던 것은 발표 자료가 날아간 것이다…. 멘붕해서 한 30분간 땅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다른 파일들은 다 싱크가 되서 클라우드에 있었는데 어떻게 그 발표 자료만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인가…. 새벽 3시부터 다시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과 생각을 다 비우고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니, 그저 자질구래한 부분들은 다 빼고, 핵심에만 집중했다. 사실 새로 후다닥 만든 피티가 전에 만든 것 보다 나은것 같았다. 앞으로도 만약 시간이 있다면 한번 만든 피티를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인 것 같다.

그렇게 준비해간 발표 자료,

사실 연구 방법이나 디자인 쪽으로 가면 발표가 쉬워진다. 하지만 앞의 연구의 Rationale을 Theory와 연결하여 주장하는 부분은 특히 흐름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지만 어떻겠는가 그냥 했다…. 더군다나 지난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Qual 방법론 전문가 교수님이 내 발표에 오시겠다고 하셨단다. 전혀 기대를 하지 못한 거라 진짜 당황했다. 수업 교수님 + 지도교수님에 깐깐한 다른 교수님 한 명 더 추가요….

하지만 생각보다 잘 흘러갔다. 논리도, 내용도 아마 처음부터 다시 피티를 만들면서 내 머리속에서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나 보다.

발표가 끝난 후 처음으로 지도교수님께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다른 교수님이 뭔가 부족한 내용에 대해 코멘트를 하실때 쉴드(!!!!) 까지 쳐 주셨다…. Qual 교수님은 여기까지 해낸데 대해 먼저 칭찬하고 싶다며 코멘트를 시작하셨다. 미국인 종특으로 칭찬하고 나서 후려치기 인줄 알았는데 진짜로 칭찬해 주셨다. 나머지 코멘트 내용들은 문제제기 보다는 Suggestion에 더 가까웠다. 수업 교수님은 여느때와 같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셨다.

비록 맥북프로와 발표자료를 그 전날 날려먹고 급하게 준비한 발표였지만, 정말 오랜만에 순수한 칭찬을 받아서 아직도 마음이 뜨끈뜨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