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리젝 후의 소회

학회에 냈던 페이퍼가 리젝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뷰로 받은 점수가 한 점수 빼고 굉장히 좋은 점수 였기 때문에, 실망이 크다. 처음 리뷰 점수를 받았을때 주변 사람들은 물론 교수님들까지도 다 된거라고,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셔서, 정말 그런가?? 생각하게 되었었는데, 정말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 중에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듣게 됐을 때, 정말 오랜만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도대체 이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아카데미아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속이 새 하애 졌다. 하지만 울어봤자 달라질게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다른일을 하며 딴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번에 낸 페이퍼는 수업 프로젝트로 했던 연구를 혼자 더 발전시켜서 한 연구였다. 그래서 사실 나의 메인 연구 주제와 관련된 연구는 아니었다.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온전히 이 프로젝트에 집중했던 시간은 개강 후 3주 남짓이었지만 (데이터 수집기간을 제외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상당히 집중해서 했다. 사실 이 페이퍼를 꼭 내야할 필요는 없었는데, 길었던 여름방학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꾸역꾸역 뭐라도 내자는 식으로 했던게 맞는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팀원들 때문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아서, 뭔가 보란듯이 나 혼자서도 잘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쓰면서 전에 수업 파이널 페이퍼로 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아 졌지만 사실 아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처음 리뷰를 받기 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전보다 좀 더 나아졌다라는 데 의의를 뒀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나와서 사실 기대가 되었다. 메이저 학회에 처음으로 일저자가 되는건 나에게 너무나 멀고 어려운 일로 느껴졌었는데, 이런식으로 해도 괜찮은 거였나? 생각보다 내가 많이 그동안 발전 되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역시 학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더 열심히,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언제까지 이짓을 해야하나는 생각도 든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지도교수도 처음으로 나를 달래려고 여러가지 말을 주저리 주저리 하셨다. 교수님도 많이 아쉬우신 모양이다.  얼마 뒤 한국에 갈때, 자랑스럽게 가족들, 선생님들께 소식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 슬펐던 것은 이 이야기를 할 수 이는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말하든, 친구들에게 말하든, 완전히 이해받지 못할 이야기이다. 같은 연구자들에게 이야기 하면 공감을 받고 좀 더 맥락있는 위로를 해주겠지만, 사실 이야기 하기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 페이퍼가 억셉이 되든 안되든, 사실 내 전체 인생에 있어 생사를 좌우할 문제는 아니다. 학계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내가 논문이 100개든 0개든 크게 관심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어느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계 안에 있을 땐, 그 논문 하나가 세상의 전부인 것 만 같아 보인다.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온 이상 그 사회의 룰을 따라야만 한다. 어쨌든 최소한 부당하지 않은 룰이다. 무조건 잘하면 된다. 하지만 잘하는게 정말 어렵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왔지만, 이것까지 잘할 수 있을지, 내가 그걸 진짜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 가는 밤이다.

한동안은 기본적으로 매우 우울할 것 같다. 하지만 할일은 밀려있고 곧 한국에 가야한다.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냉정해 지는 나를 느낀다. 감정에 젖어 있는 것도 엄청나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한동안 때때로 울컥하는 정도로 하고, 우선 해야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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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받은 칭찬

어제는 COMM Department에서 듣는 이번학기 Theory 수업 마지막 발표 날이었다.

발표 자체에 주어진 시간은 30분 + 질의응답 15분 남짓

이렇게 오랜시간 발표해야 하는 것은 사실 흔치 않은 기회이다. 거기다 더 나를 긴장 시켰던 것은 지도교수님이 파이널 발표 때 오신다는 것이었다….  약간 Pre A Exam 분위기랄까….

내가 사용하는 Theory는 교수님이 거의 20년간 파오신 분야이다…. 조금이라도 이해를 잘못해서 잘못 적용했다간 그 자리에서 면박을 당할게 뻔해서 진짜 긴장을 많이 했다….

발표 바로 전 새벽,  커피를 와장창 랩탑에 쏟아서 입학했을 때 받은 맥프로를 날려 먹었다. 결국엔 다시 지금 2011년형 에어로 작업하고 있다…. 더 심각했던 것은 발표 자료가 날아간 것이다…. 멘붕해서 한 30분간 땅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다른 파일들은 다 싱크가 되서 클라우드에 있었는데 어떻게 그 발표 자료만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인가…. 새벽 3시부터 다시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과 생각을 다 비우고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니, 그저 자질구래한 부분들은 다 빼고, 핵심에만 집중했다. 사실 새로 후다닥 만든 피티가 전에 만든 것 보다 나은것 같았다. 앞으로도 만약 시간이 있다면 한번 만든 피티를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인 것 같다.

그렇게 준비해간 발표 자료,

사실 연구 방법이나 디자인 쪽으로 가면 발표가 쉬워진다. 하지만 앞의 연구의 Rationale을 Theory와 연결하여 주장하는 부분은 특히 흐름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지만 어떻겠는가 그냥 했다…. 더군다나 지난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Qual 방법론 전문가 교수님이 내 발표에 오시겠다고 하셨단다. 전혀 기대를 하지 못한 거라 진짜 당황했다. 수업 교수님 + 지도교수님에 깐깐한 다른 교수님 한 명 더 추가요….

하지만 생각보다 잘 흘러갔다. 논리도, 내용도 아마 처음부터 다시 피티를 만들면서 내 머리속에서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나 보다.

발표가 끝난 후 처음으로 지도교수님께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다른 교수님이 뭔가 부족한 내용에 대해 코멘트를 하실때 쉴드(!!!!) 까지 쳐 주셨다…. Qual 교수님은 여기까지 해낸데 대해 먼저 칭찬하고 싶다며 코멘트를 시작하셨다. 미국인 종특으로 칭찬하고 나서 후려치기 인줄 알았는데 진짜로 칭찬해 주셨다. 나머지 코멘트 내용들은 문제제기 보다는 Suggestion에 더 가까웠다. 수업 교수님은 여느때와 같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셨다.

비록 맥북프로와 발표자료를 그 전날 날려먹고 급하게 준비한 발표였지만, 정말 오랜만에 순수한 칭찬을 받아서 아직도 마음이 뜨끈뜨끈하다 🙂

 

 

 

 

 

Exciting 한 주제

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 지금 네가 현재 가장 Excited 되어 있는 주제가 뭐니??

오늘 오랜만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이 질문에 대답해야 했을 때, 솔직히 나는 잘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뭔가에 Excited 되었던 적이 있었더랬나? 하지만 주변 선배, 동기들은 이 질문에 너무나 술술 이야기 했다. 설사 내가 듣기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주제임에도, 말하는 걸 들어보면 정말 진심으로 그 주제를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다. 미국에 와서 사실 가장 많은 열등감을 느꼈던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영어의 문제는 태어날 때 정해진 것이니 그냥 그려러니 하려고 한다) 나는 왜, 지금까지 자신있게 말할만한 주제 하나를 발견하지 못했나?

오늘 다시 오랜만에 이 질문을 받았다. 똑같이 당황했지만 그냥 이렇게 말했다. 내게 주어진 일은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다. 하다보면 짜증날 때도, 가끔 재미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주제에 Excited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곤 나서 잘 모르는 토픽 하나를 짚어서 그냥 엄청 흥미있는 척 했다. 1년 반이 지나도 딱히 나아진 게 별로 없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슬프거나 열등감을 느끼진 않는다. (준)지식 노동자로써, 작은 점만큼이라도 내가 뭔가 세상에 없던 걸 성실하게 만들어 낸다면 내가 Excited 해 있는 들, 아닌 들, 크게 상관 있을까 싶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건, 항상 내가 어디가서 내 현재 주제를 이야기 해야할 때 마다,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주제의 참신성보단, 끈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 알지만, 그래도 그 무언가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Committee 구성

오늘 Dissertation Committee 최종 3인의 교수님들을 다 만나뵙고 컨펌을 받았다. 아직 2년차인데 정하는것이 조금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결국엔 잘 고른것 같아 맘이 뿌듯하다.

커미티 중 한분은 원래 지도 제자로 들어가고 싶어했었던 교수님이다. 지도교수님과는 아주 다른 스타일, 드문드문 만나도 한번 씩 오랜만에 만나면 사이다 같이 맘이 풀리는 교수님이다. 면담 때마다, 공격적인 문답을 이끌어 주신다. 엄청 당황이 될 때도 많지만 이분과 계속 일하게 되면 내공이 강해질 것 같다. 다음 학기부터 3주~1달에 한번 씩 면담하기로 했다.

제 3의 커미티 멤버를 두고 지금 하는 연구에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교수님 vs. 나중 연구에 대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교수님을 두고 고민하다가, 각 교수님에 대해 (알려져있는/실제 경험한) 인성, 지도교수님과의 관계(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길 들었다), 빡셈의 정도를 고려하여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했다. 이미 지도교수+커미티1이 빡센 분들이시니, 한분 좀 유하고, 말이 잘 통하는 분이 계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뭔가 박사과정에 있어 중요한 날인 것 같아서 처음 적어본다